
저는 30대 중반까지도 연금 준비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겠지, 연금은 은퇴가 가까워지면 생각해도 늦지 않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었죠. 하지만 40대 초반에 접어들면서 장수가 리스크라는 말을 실감하게 됐고, 로봇과 AI가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는 현실을 목격하면서 연금 준비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연금저축을 시작한 지 5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늦게라도 시작한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연금저축과 IRP, 뭐가 다를까
연금 준비를 막상 시작하려니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가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가'였습니다. 연금저축, IRP, 연금보험까지 비슷해 보이는 이름들이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웠죠. 제가 직접 알아보고 가입하면서 정리한 내용을 공유하자면, 연금 상품은 크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상품과 비과세 혜택을 받는 상품으로 나뉩니다.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상품에는 연금저축신탁, 연금저축보험, 연금저축펀드, IRP가 있습니다. 이 중 연금저축신탁은 국채로 운용되던 상품인데 지금은 판매가 중지됐고, 연금저축보험은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가입할 수 있지만 공시이율로 운용되기 때문에 수익률이 제한적입니다. 저는 증권사 앱에서 가입할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와 IRP를 선택했는데, 이 두 가지가 투자 상품을 직접 선택해서 운용할 수 있고 비용도 가장 낮기 때문입니다.
IRP는 개인형 퇴직연금이라고 불리는데, 퇴직금을 받을 때 이 계좌로 받으면 연금 용도로 장기간 운용할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펀드는 순수하게 개인이 자발적으로 개설해서 월급의 일부를 따로 떼어 넣는 방식이죠. 두 상품 모두 세액공제 혜택을 동일하게 받을 수 있고, 안에서 주식형 펀드나 ETF 같은 투자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제 경험상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습니다. 연금저축펀드로 매달 일정 금액을 자동이체하고, IRP는 연말 세액공제 한도를 채우는 용도로 추가 납입하는 식이죠.
반면 비과세 혜택을 받는 상품으로는 연금보험, 변액연금, 종신보험 같은 것들이 있는데, 이쪽은 보험사에서만 가입할 수 있고 10년 이상 납입하면 발생한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 구조입니다. 세액공제와 비과세 중 뭐가 더 유리한지 묻는 분들이 많은데, 솔직히 이건 개인의 상황과 자산 규모에 따라 달라집니다. 저처럼 투자에 익숙하고 장기간 수익률을 높이고 싶다면 세액공제를 받는 연금저축펀드나 IRP가 훨씬 유리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자산이 이미 많거나 강제성 있게 저축하고 싶은 분이라면 연금보험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세액공제 한도와 실제 혜택은 얼마나 될까
연금저축을 시작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도대체 세액공제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가'였습니다.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서 연간 최대 9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이 중 세액공제 대상 금액은 최대 700만 원입니다. 연금저축 단독으로는 6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IRP까지 합치면 700만 원까지 확대되는 구조죠. 제가 처음 가입할 때는 이 한도를 다 채우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연말에 IRP 계좌에 추가 납입해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액공제율은 총급여 5,500만 원 이하는 16.5%, 그 이상은 13.2%입니다. 예를 들어 연 700만 원을 납입하고 세액공제를 받으면, 총급여 5,500만 원 이하인 경우 약 115만 원, 그 이상인 경우 약 92만 원을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 때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 혜택은 생각보다 체감이 큽니다. 매달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 넣는 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데, 연말에 한 번에 100만 원 가까이 돌려받으니 실질적인 절세 효과가 확실히 느껴지더군요.
다만 세액공제를 받은 만큼 나중에 연금을 수령할 때는 연금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연금 수령 시 세율은 연령에 따라 5.5%에서 3.3%까지 차등 적용되는데, 지금 세액공제로 받는 혜택이 훨씬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연금저축이나 IRP에 넣은 돈을 중도에 인출하면 세액공제받은 부분을 토해내야 하고 추가로 기타소득세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손해가 크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연금 계좌에 넣는 돈은 절대 꺼내 쓰지 않을 여유 자금으로만 한정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비과세 혜택을 받는 연금보험이 더 낫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비과세는 10년 이상 납입 후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그 이익이 얼마나 될지 미리 알 수 없습니다. 반면 세액공제는 매년 납입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환급받기 때문에 확실한 혜택이죠. 게다가 연금저축펀드나 IRP는 주식형 펀드나 ETF로 운용할 수 있어서 장기적으로 수익률도 훨씬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투자 경험이 없거나 강제 저축이 필요한 분이라면 연금보험도 고려해볼 만하지만, 저처럼 투자에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이라면 연금저축펀드와 IRP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봅니다.
연금 준비를 늦게 시작한 저로서는, 지금이라도 시작한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월 30만 원씩 넣는 것도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자동이체로 설정해놓고 없는 돈처럼 생각하니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연말에 돌려받는 세금과 계좌에 쌓이는 자산을 보면 뿌듯함이 더 큽니다. 아직 연금 준비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증권사 앱을 열어 연금저축펀드나 IRP 계좌를 개설해보시길 권합니다. 노후가 리스크가 아닌 축복이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함께 준비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_fYrOIohU8&list=PLF2nEKwWVaxt_NJnXrL1wmNPsUCtuqAtH